아침부터 이어진 일정으로 이미 잔뜩 피곤했지만 점심을 꾸역꾸역 먹고 두 번째 병원으로 갔다.
이번에 만날 교수님도 역시 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분이시다.
별명은 ‘의사를 치료하는 의사’.
이 곳은 아침에 방문했던 병원보다 훨씬 깔끔하고 쾌적해서 첫 인상이 훨씬 더 좋았다.
수술일정이 잘 맞으면 여기서 수술 받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.
진료중이신 교수님은 총 3분이었다. 그 중 내가 만나 뵐 교수님 앞으로만 환자가 어마어마했다. 유명하신 분이라더니 역시.
한참 기다릴 생각을 하면서 다시 내려가 음료수를 사들고 왔다. 나름 몇 번 해 봤다고 이제 5-60대 아저씨들 뿐인 비뇨의학과의 분위기에도 적응이 된다.

”음.. 일단 95%이상 신장암이에요.“
긴 시간을 대기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내 혹이 양성일거란 기대는 전혀 안 했어서 암이라는 말을 들어도 놀라진 않았다.
그런데 처음엔 70%였던 확률이 왜 점점 올라가니.
나머지는 앞서 방문했던 병원과 대부분 동일한 소견이었다.
굉장히 ‘챌린징’한 케이스라고, (실제로 이렇게 표현하셨다) 하지만 나이가 젊고 양성일 확률이 ‘없진 않기’ 때문에 최대한 전절제를 피하고 부분만 잘라내 보겠다고.
이 교수님은 11월 중순이 되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. 10월 초를 말했던 이전 병원보다 한 달도 넘게 차이나는 날짜.
수술은 당연히 빠를 수록 좋은 거 잘 안다.
하지만 나는 사실 마음 속으로 생각해둔 날짜가 있었다.
그게 딱 11월 중순이었다.

지금 생각하면 좀 쓸데없는 책임감이었다.
내 몸에는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데 그깟 시험이 뭐라고,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이 다 뭐라고, 대체 이걸 누가 알아준다고..
그 날의 나는 결국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시험 때문에 10월 수술을 포기했다.
그렇게 아이들의 중간고사, 이른 기말고사, 그리고 수능종강까지 다 마치고 난 11월 중순에
나는 신장암 수술을 받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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